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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황금다리 / 알레그리아 2005-09-18 / 6372   

할머니와 황금다리

클라리벨 알레그리아 / 송병선 옮김



마누엘은 아주 이상했던 자기 할머니의 많은 일화를 알고 있었다. 그의 할머니는 황금다리에서 500미터 떨어진 오막살이집에서 살고 있었으며, 그곳에 조그만 땅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정신이라고 볼 수 없었죠. 하지만 아주 용감한 여인이었습니다. 렘파 강[역주. 과테말라에서 발원하여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를 거쳐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강]의 커다란 다리를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습니다. 항상 <내 다리>라고 말하곤 하셨지요.”
마누엘은 엘살바도르 농민조직의 지도자였다. 그는 일련의 강연을 하기 위해 유럽에 와 있었다.

루이사가 물었다.
“도대체 왜 제 정신이 아니었다는 거죠?”

“전쟁이 일어난 후부터 군대는 다리를 지키기 위해 다리 양끝에 검문소를 설치했지요. 그러나 우리 할머니는 군인들의 요리사로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셨어요. 매일 아침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콩을 삶고 토르티야를 만들고 밥을 한 솥이나 하셨지요. 그리고 음식을 모두 손수레에 실어서 집에서 가까운 쪽의 검문소 군인들에게 아침을 주셨답니다. 그런 다음 거의 2킬로미터나 되는 다리를 건너셨어요. 2킬로미터나 되는 다리, 상상이 되나요? 그러고서 다리 반대편에 있는 군인들에게 아침을 주셨지요. 그곳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준비해서는 다시 손수레에 실어 밀고 가셨어요.”

그러자 루이사가 말했다.
“아주 열심히 사셨네요. 하지만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네요.”

“이상한 것은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주면서 아주 싼 값을 받았다는 것이죠. 거의 남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 동지들이 <그녀의 다리>를 날려버리자, 머리칼을 빨간색으로 물들이셨어요.”

“정말인가요?”
루이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우리 동지들이 다리를 날려버리기 전에 대격돌이 있었어요. 공병 팀이 폭탄을 설치하려면 다리의 양끝에 있는 검문소 군인들을 전멸시켜야 했지요. 첫 전투에서 우리 동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거기서 방어용 참호와 기관총들의 위치 그리고 양쪽에 투입된 병력의 정확한 수치가 기록된 도면을 발견되었어요. 며칠 후 시장에서 일하는 어느 아주머니가 우리 할머니에게 군인들이 다리 경비대원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을 찾는다고 가르쳐주었지요. 그러자 이 착한 할머니는 빨간 아나트 나무 열매와 립스틱을 구해서 집으로 돌아가면 될 거라고 생각하셨지요. 다음날 2명의 경비대원들이 찾아와 그녀에 대해 물었어요. 그러자 우리 할머니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셨어요.
<내가 일주일전에 집을 빌려준 여자가 틀림없는 것 같군요. 다리가 폭파되자 어찌할 바 모르면서 자기 딸이 있는 산 비센테로 가겠다고 말했지요.>
그러자 군인들은 <당신은 누구요?>라고 물었고,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난 수치토토에 있는 색시집 주인이오. 하지만 반란군들이 쉬지 않고 군인들을 공격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모두 떨어지고 말았어요. 이제 난 이런 일은 그만 둬야겠소. 바로 이런 것이 전쟁이죠.>”

루이사와 마누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누엘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몇 주가 지난 후, 난 렘파 강변의 캠프에 있었어요. 그런데 머리가 빨간 우리 할머니가 광주리를 가득 실은 나룻배를 타고 힘차게 노를 저으며 강물을 거슬러 오시는 것을 보았어요. 할머니는 <호코테 [역주. 라틴아메리카의 열대 식물로 열매는 자줏빛이다.], 파파야, 레몬, 달콤한 오렌지를 팔아요. 살 사람 없어요?>라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탄초 어멈.>
캠프의 최고 책임자가 이렇게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답니다. 우리 할머니인 것을 모르고 있었기에 내게 <이 분이 바로 황금다리를 공격하도록 도면을 구해주신 분이야.>라고 말했지요.
우리는 나무 밑에 나룻배를 묶도록 도와주었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나를 얼싸 안으면서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으셨어요.
<메미토, 이 쓸모없는 인간들 때문에 내 삶이 갈수록 고달파지는구나. 다리를 폭파한 후부터 매일 이렇게 노를 저으며 여기까지 와야 하거든.>
그러자 게릴라 대장이 웃으면서 물었지요.
<탄초 어멈, 뭘 가져온 거요?>
할머니는 광주리에서 망고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는 장사꾼처럼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지요.
<파쇄 수류탄, G-3 총알 카트리지, 81박격포탄, 누가 살 거요?>”◇


작가소개 : 클라리벨 알레그리아 (Claribel Alegría)

1924년 5월 나카라과의 에스텔리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아우구스토 세사르 산디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소모사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알레그리아 가족은 이웃 나라 엘살바도르로 추방된다. 클리리벨 알레그리아는 194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데, 이곳에서 스페인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를 만났다. 시집으로는 『물고기자리』(Acuario , 1955), 『내가 살던 시대의 손님』(Huésped de mi tiempo, 1961) 등이 있고, 단편집으로는 『하느님의 백성과 만딩가』(Pueblo de Dios y de Mandinga, 1985), 『검문소』(El detén, 1977), 『현실 나라의 루이사』(Luisa en el país de la realidad, 1987)이 있다. 여기에 번역 소개하는 작품의 원제는 ‘La abuelita y el Puente de Oro’이다.